나스닥 2.86% 급락·반도체지수 7.2% 하락…인텔 52년 만에 최대 폭락
AI 투자비 급증에 현금흐름 우려 확산…성장률보다 투자 회수 능력 주목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지만 주가는 무너졌다. 10월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센 매도세가 쏟아졌다. 인공지능(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가운데 월가의 관심은 매출 성장에서 투자비 회수와 현금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나스닥종합지수는 2.86% 급락하며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각각 1.82%, 1.09%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 떨어졌다. 그동안 급등한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가운데, 월말 수급과 다음 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경계감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이 28.6% 폭락한 가운데 AMD와 엔비디아도 각각 10.9%, 4.2% 하락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가스 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호실적에 힘입어 상승했다. 시장 전체의 동반 하락보다는 그동안 상승세를 주도했던 AI·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인텔, 52년 만에 최대 폭락…공장 사고에 PC 수요 둔화까지
인텔의 3분기 매출은 165억달러로 전년보다 21% 증가했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지난 분기 실적보다 향후 전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텔이 제시한 4분기 매출 전망은 150억~16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약 170억달러를 밑돌았다. PC 수요 둔화에 생산 차질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1974년 이후 약 52년 만에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이스라엘 키르야트가트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실적 전망을 끌어내렸다. 공장 가동이 약 2주간 중단되면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약 6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PC 제조 원가까지 높아지면서 수요 회복에도 부담이 커졌다.
아마존은 다른 이유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3분기 매출은 460억달러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22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지출이 급증하면서 클라우드 사업의 고성장에도 현금 부담이 커졌다.
인텔은 생산 차질과 PC 수요 둔화로 향후 실적 전망이 악화됐고,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의 고성장에도 막대한 설비투자가 부담으로 떠올랐다. 악재의 성격은 달랐지만 두 기업 모두 양호한 과거 실적만으로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빅테크 4사에 쏠린 AI 투자…수익성 검증 압박 커진다
AI 투자 부담은 몇몇 기업의 실적 문제를 넘어섰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 등 4개 기업이 최근 12개월간 집행한 설비투자는 S&P500 구성기업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다. 일부 기업은 채권 발행까지 늘리며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시장도 달라졌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299곳 가운데 82%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기술주 매도세는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키스 뷰캐넌은 지난해 AI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움직였다면 올해는 투자 자금을 누가 조달하고 수익을 누가 가져갈지를 따지는 시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자금조달 부담이 큰 AI 인프라 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받았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코어위브와 네비우스는 10월 한 달간 각각 30% 넘게 하락했다. 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과 향후 수익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빠르게 조정받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은 미국 빅테크와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9년까지의 D램·HBM 수요에 대한 높은 가시성을 제시했고, 삼성전자도 AI 메모리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미국 기술주 급락은 국내 반도체주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빅테크의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향후 설비투자 축소와 메모리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가 막대한 AI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평가받는 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그 투자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