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추가 매입에 조원태 370억원 지분 취득 계약…우호세력은 39%대
내년 3월 이사 4명 임기 만료…산은 10.58% 향방에 관심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 회장도 370억원 규모의 주식 취득 계약을 체결하며 지분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바뀌더라도 경영권 확보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조 회장 측의 두터운 우호지분과 호반 측 인사가 없는 기존 이사회, 향방이 불확실한 산업은행의 10.58% 지분이다.
양측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실제 경영권 변화는 별개의 문제다. 호반이 경영 참여에 나선다면 다른 주주들의 지지 확보와 이사회 진입이 필요하다. 내년 3월 이사 4명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후임 이사 선임 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분은 초접전…조원태 우호세력은 39%대
지난 7월 10일 기준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은 20.15%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20.57%보다 0.42%포인트 낮았다. 호반은 이후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하고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정확한 추가 취득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주주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진칼은 지난 2일 최대주주 변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오는 12월 1일까지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도 지분 확대에 나섰다. 지난 2일 한진칼 보통주 32만5000주를 주당 11만4000원, 총 370억5000만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예정 기간은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다. 매입이 완료되면 개인 지분율은 5.75%에서 6.23%로,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약 21.05%로 높아진다.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은 호반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장벽이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20.57%에 델타항공 14.90%를 더하면 35.47%다. LX판토스 3.83%까지 합산하면 39.30%에 이른다. 호반이 단독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이들 주주가 조 회장 측을 지지한다면 경영권 확보는 쉽지 않다.
다만 우호주주는 조 회장 일가의 특수관계인과 다르다. 개별 주총 안건에서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호반 역시 현재까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 4명 임기 만료 앞두고…산은 10.58% 향방 주목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독립이사 7명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호반 측 인사는 없다. 최대주주가 바뀌더라도 기존 이사진이 자동으로 교체되지는 않는다. 호반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이사회 진입이 필요하다.
내년 3월에는 류경표 부회장과 산업은행 추천 독립이사인 배성례·송백훈·홍동표 등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전체 이사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임기 만료를 앞둔 만큼 호반이 경영 참여에 나설 경우 후임 이사 선임 과정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관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이사 수 상한을 11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집중투표제는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호반이 자체 후보를 추천할 경우 선임 대상 이사 수와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따라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달라진다.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되는 ‘3%룰’도 살펴볼 부분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과정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규정이 적용된다. 일반 이사 선임과 표 계산이 달라지는 만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산업은행의 10.58% 지분은 향후 주주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탰으며 이후 투자합의에 따라 주요 경영 사안에 관여해 왔다.
올해 12월 예정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산업은행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수 주체와 매각 규모에 따라 주요 주주들의 지분 격차가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인 매각 일정이나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내년 3월에는 산업은행 추천 독립이사 3명의 임기도 끝난다. 호반이 자체 이사 후보를 내고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과 이사회 영향력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경영권 경쟁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