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폴드 지난해 매출 5억2,170만달러…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에만 사용
한미 지속형 기술·녹십자 효소치료 경험 결합…기존 정맥주사 시장에도 도전
미국 희귀질환 전문 제약사 바이오마린이 파브리병 치료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약 48억달러 규모의 아미쿠스 테라퓨틱스 인수를 완료한 데 이어 6개월 만에 GC녹십자(006280)와 한미약품(128940)이 공동 개발한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이미 연간 5억달러 이상 팔리는 경구용 치료제를 확보한 바이오마린이 임상 초기 단계의 한국산 후보물질에 추가로 투자한 배경에는 기존 치료제의 적용 범위와 정맥주사 중심의 글로벌 파브리병 치료제 시장이 있다.
5억달러 넘게 팔리는 먹는 약…치료 대상은 제한적
바이오마린은 아미쿠스 인수를 통해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 ‘갈라폴드’를 확보했다. 인수 당시 발표된 지분가치는 약 48억달러로, 거래에는 폼페병 치료제 ‘폼빌리티·옵폴다’ 사업도 포함됐다.
아미쿠스의 2025년 실적에 따르면 갈라폴드 매출은 5억2,170만달러로 전년보다 약 14% 증가했다. 전체 매출 6억3,421만달러의 약 82%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다.
갈라폴드는 먹는 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파브리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브리병은 유전자 변이로 특정 효소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방성 물질이 신장과 심장, 신경계 등에 축적되는 희귀질환이다.
갈라폴드는 환자 몸속에 남아 있는 효소의 기능을 안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약물에 반응할 수 있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으며, 아미쿠스는 전 세계 파브리병 환자의 약 35~50%가 이러한 변이를 가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알렉산더 하디 바이오마린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이번 후보물질은 파브리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연구와 외부 기술도입을 통해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고 있다며, 갈라폴드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 범위를 넘어 새로운 환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갈라폴드가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구용 치료제라면, 이번에 도입한 LA-GLA는 효소대체요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는 후보물질이다.
연매출 10억유로 주사제 시장…한 달 한 번 피하주사 도전
‘LA-GLA(HM15421/GC1134A)’는 부족한 효소 자체를 공급하는 차세대 효소대체요법(ERT)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의 약물 지속형 플랫폼 기술에 GC녹십자가 헌터라제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축적한 효소대체요법 생산·임상 경험을 결합했다.
파브리병 효소대체요법 시장에는 이미 사노피의 ‘파브라자임’과 다케다의 ‘레프라갈’이 자리 잡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일반적으로 2주마다 정맥주사로 투여한다.
사노피의 파브라자임은 2025년 10억1,90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케다의 레프라갈도 2025회계연도(2026년 3월 종료)에 804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집계 기간과 통화는 다르지만, 두 제품 모두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기존 치료제다.
LA-GLA는 투여 방식과 간격에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정맥주사 대신 피하주사로 투여하고, 4주 간격 치료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투여 간격을 늘리고 주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기존 효소대체요법 시장의 처방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오마린은 이 후보물질이 파브리병 최초의 피하주사 효소대체요법으로 개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갈라폴드의 적용 대상 밖에 있는 환자들을 겨냥하면서, 사노피와 다케다가 판매하는 정맥주사 치료제 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는 위치다. 바이오마린은 앞서 아미쿠스 인수로 경구용 치료제의 매출 기반을 확보했고, 이번 계약으로 작용 방식이 다른 효소대체요법 후보물질을 추가했다.
18명 대상 초기 임상…양사에 각각 3,500만달러 선급금
LA-GLA는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1/2상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미국 임상시험 등록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2025년 5월 14일 시작됐으며, 파브리병 환자 18명을 저·중·고용량 세 집단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투여한다. 안전성과 약동학, 신장 기능 등을 최대 48주간 관찰하며, 전체 임상 완료 예정일은 2028년 8월 30일이다. 바이오마린은 앞선 비임상시험에서 신장 기능과 혈관 건강, 말초신경계 관련 지표에서 차별화된 효능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출처: ClinicalTrials.gov. 한미약품·GC녹십자 공동 개발 LA-GLA의 글로벌 임상 1/2상 등록 현황]
바이오마린은 이 후보물질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면서 선급금 7,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각각 3,500만달러를 받으며, 개발·허가·상업화 성과에 따른 추가 기술료도 회사별 최대 2억250만달러로 동일하다. 두 회사가 받을 수 있는 계약금액은 로열티를 제외하고 합계 최대 4억7,500만달러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순매출에 연동되는 로열티도 지급된다. 바이오마린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2상 이후 한국을 제외한 해외 후속 개발과 생산, 상업화를 맡고,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국내 허가·상업화 권리를 유지한다.
바이오마린이 후속 개발과 글로벌 상업화를 맡으면서 LA-GLA는 세계 파브리병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공동 개발한 기술이 기존 정맥주사 치료제와 얼마나 다른 선택지를 제시할지는 후속 임상에서 확인된다.
